생경한 풍경, 에베레스트에 첫발을 딛다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을 종주하며 국내산을 섭렵하고 다닐 무렵, 우연한 기회에 에베레스트를 보게 되었다. 에베레스트의 생경한 풍경에 꽂혀 ‘동쪽부터 서쪽까지 가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어 겨울에는 남쪽(네팔·부탄·인도·파키스탄)에서 여름에는 북쪽(중국)에서 에베레스트로 접근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랑탕(Langtang)’에 첫발을 내디뎠다. 네팔 히말라야의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랑탕 계곡 코스는 등산 및 헬기 하산을 포함해 9일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이곳은 8,000m의 고봉은 없으나 네팔의 제1호 국립공원이며, 아열대숲과 고산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2010년 12월 24일 고등학교 동창 2명과 인천 공항을 출발해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했다. 카트만두에서 랑탕 계곡까지 차량으로 7시간 정도 이동하는데, 그 길은 요즘 남미나 파키스탄에서 간혹 보는 데스 로드를 상상하면 된다. 차량 이동을 마치고 1,460m에 위치한 샤브루베시라는 마을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숙소는 1970년대 여인숙 정도이었지만 설렘으로 동네를 구경을 한 뒤, 챙겨간 소주를 마시면서 시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
랑탕 계곡은 1949년 영국의 탐험가 틸만이 발견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소개되면서 많은 등반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티베트와 인접해 티베트 불교를 믿는 티베트족이 주로 살고 있어 룽다, 타르초가 즐비하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에는 마니석과 초르텐을 만날 수 있다.
아열대 계곡의 밀림과 빙하가 녹은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했다. 한겨울이지만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고, 간간히 원숭이도 만날 수 있었다. 코스 중에 로지(lodge)에서 밀크티도 마시고, 밤부에서 점심도 먹으며 숙소인 라마 호텔에 도착했다. 해발 2,460m에 위치한 이곳은 돌로 된 로지로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저녁에는 난로 가에 둘러앉아 각자의 사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잠시 나와 보는 하늘에는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고산증을 이겨내고 세상의 진리를 만나다

트레킹 2일 차에 해발 3,020m의 고라타벨라를 거쳐 해발 3,442m의 랑탕에 도착했다. 3,000m 고지를 넘자 한두 명씩 고산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고산증은 해발 2,500m 이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산소 결핍으로 두통·불면·구토·호흡곤란 등 증상이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면 폐부종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천천히 고도를 올리면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세수나 샤워는 체온 유지를 위해 생략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야 한다. 간혹 다이아막스라는 이뇨제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3일 차 트레킹에서는 해발 7,227m의 랑탕 리룽과 해발 6,749m의 킴슝을 관망하며 히말라야 풍경을 즐겼다. 이후 강진 곰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라마승을 외롭게 지키는 곰파를 둘러본 후 해발 4,350m의 강진 리에 올랐다. 4일 차에는 해발 4,984m의 체르고 리에 오르기로 했다. 고산 증상이 없는 두 명과 별도의 가이드가 동반했다. 이곳에서 보는 빙하와 고산 준봉들은 그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곳에도 티베트인의 신앙이 깃든 룽다와 타르초가 세상에 진리를 전하고 있었다.
5일 차 악천후로 인해 헬기장에서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나는 불장난을 하기도 하고 멍때리기도 했지만, 고산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죽을 맛의 하루였으리라. 카트만두의 따뜻한 호텔에서 세웠던 2010년 송구영신의 계획은 강진 곰파의 추위 속에서 얼어 버렸다. 다행히 다음날은 헬기가 와서 하산했지만, 하루를 산에서 보낸 까닭에 카트만두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