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 골든 아워를 함께하는 의사
인간의 신경은 신경세포의 그물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의 외부 자극을 감각신경계를 통해 받아들이고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한다. 인간의 신경계는 뇌와 척수인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과는 뇌, 척수, 말초신경, 근육에 생기는 질병들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신경과 질환은 뇌졸중 및 뇌혈관질환, 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등의 이상운동질환, 수면장애, 말초신경 및 근육질환, 다발성경화증 및 시신경척수염, 신경계 감염증, 두통, 어지럼증 등 매우 다양하여 여러 전문 분야로 나뉘어진다.
뇌졸중은 국내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단일 질병 사망률 1위에 달할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는 질병이다. 뇌졸중은 의심 증상 발생 시 골든 아워, 즉 발생 3시간 안에 의료기관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증상이나 원인, 대처법에 대해 모르는 이가 많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과 파열되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분류한다. 허혈성 뇌졸중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안면마비, 발음장애, 언어장애, 반신마비 등이 있으며, 평소와 다른 두통이 갑자기 발생한다면 뇌출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신경과 송희정 교수의 전문 분야는 허혈성 뇌졸중으로 뇌경색, 일과성 뇌혈증, 모야모야병 등에 대해 주로 진료하며, 경동맥 초음파와 뇌혈류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검사를 시행한다. 뇌경색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에 하나인 경동맥 협착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MRI, MRA가 쓰인다. 하지만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한 음파를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검사가 가능한 방법으로 ‘경동맥 초음파’가 널리 쓰인다. 이 검사 방법은 숙달되기 전까지는 반복적인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다. ‘뇌혈류 초음파’는 동양인,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뇌내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 서구인에 비해 많은 편으로 이 역시 초음파를 이용한 도플러 원리로 혈관을 알아볼 수 있는 진단 검사법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 좋은 스승이 되는 법
지금의 송희정 교수가 있기까지는 좋은 스승이 있었다. 송희정 교수는 학생 시절 명쾌한 강의와 자신에 찬 모습의 교수님에게 반해 신경과를 선택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90년대 초반에는 MRI가 많이 보급되기도 전이고, CT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었습니다. 뇌 영상이 개발되던 시기에 우리가 알지 못 하는 뇌를 여러 가지 진단 장비를 이용하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흔히 신경과나 뇌 관련 분야는 공부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송희정 교수는 그 이유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아서, 낯설어서’라고 답했다. 우리는 심장, 폐, 위 같은 인체 장기는 많이 듣고 익숙하다. 의대 학생 수업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뇌나 신경 쪽은 원래 잘 모르는 데다가 교육을 받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학생들도 낯설어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학생들이 신경계에 대해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공포심을 갖는다고 해서 뉴로포비아(Neurophobia), 신경공포증이라는 말이 있어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 관심을 갖고 계속 접하다 보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신경계라는 게 모르는 영역이 아직도 많긴 합니다.”
송희정 교수는 학생들을 위한 책도 집필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초음파 교육을 받지 못 해 독학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신경계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 학생들이 초음파를 쉽게 접하고 그 원리를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며 2020년 의학 전문 서적 『의료 초음파의 기초와 원리』를 출간했다. 이후 학회에서 『신경초음파』 교과서와, 『신경근육초음파』 등의 책을 공동집필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한신경초음파학회 7대 회장으로 선출되며 “신경초음파학의 영역을 넓혀 학문적인 성과를 높이고 학생들의 초음파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실습을 시작하면 청진기를 하나씩 장만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청진기는 눈에 보이는 것 아니라 소리로만 듣는 것이라 익숙해지려면 교육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요즘은 학생도, 의사도 청진기를 잘 안 씁니다. 대신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들고 다니면서 내부 장기를 소리로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면서 진단하는 거죠.”
송희정 교수의 꿈은 학생들이 초음파 기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접해서 초음파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초음파신경학회에서 학생들 교육에 대한 연구회를 만들어 지원하고 교재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90년대 초반에는 MRI가 많이 보급되기도 전이고, CT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었습니다. 뇌 영상이 개발되던 시기에 우리가 알지 못 하는 뇌를 여러 가지 진단 장비를 이용하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병원을 꿈꾸는 삶
‘뇌졸중’은 전조 증상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친 채로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 중에는 증상이 경미한 사람도 있지만 아주 위중하게 혼수상태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중증도가 높을 경우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혈전 용해제를 4시간 반 안에 쓰는 등 짧은 시간에 서둘러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 응급 환자는 낮에만 오는 게 아니라 밤에도 많이 옵니다. 사실 이 부분이 힘들죠. 밤낮없이 응급 상황을 맞이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환자 때문에 자다 나가야 하는 상황을 이해해주는 가족들과 전문 분야를 불문하고 같은 신경과 의사로서 당직 근무를 나누어 서주시는 동료 교수님들이 있어서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송희정 교수는 신경과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꾸준함’이라고 말한다. 최근 검사 장비가 많이 발전했음에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신경계, 특히 뇌 기능에 대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측은지심이 있는 의사, 남을 배려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인 것 같아요. 배려하는 대상이 환자일 수도 있고, 동료 의사일 때도 있고, 다른 직원일 때도 있고. 사실 의사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비영리 미국 학술 의료 센터로 보건의료, 교육 그리고 연구를 중점으로 두는 병원이다. 매년 미국 내에서 존스홉킨스 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UCSF 메디컬 센터, UCLA 메디컬 센터와 함께 최고의 병원에 선정되는 곳이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노력하면 메이요 클리닉처럼 치료도 잘하고 연구도 많이 해서 많은 업적을 남기는 병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초석을 만들 수는 없을 것 같고 받침돌 하나 정도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호기심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다. 송희정 교수는 호기심이 가득한 의사다. 환자와 질환, 교육법까지 그의 호기심이 닿는 곳은 언제나 찬란히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